"사지 말고 대여하세요"...MZ세대 공략하는 자원순환 스타트업 '툴루'
"사지 말고 대여하세요"...MZ세대 공략하는 자원순환 스타트업 '툴루'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2.05.20 14:2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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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전제품·가구 등 24시간 대여 서비스 운영...환경 관심 많은 MZ세대에 인기
지난달 2천만 달러 투자 유치 성공...본격 서비스 확대 나서
필요한 물건을 대여해 쓸 수 있는 툴루 박스
필요한 물건을 대여해 쓸 수 있는 툴루 박스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2주 전 기숙사를 떠나 자취방으로 이사한 A군. 좋아하는 그림을 벽에 걸려고 구매했지만 못을 박을 전동 드릴이 없어 아직도 방 한켠에 놓여 있다. 근처 사는 친구 모두 전동 드릴이 없고 부모님댁에서 가져오기에는 너무 멀다. 그렇다고 한번 쓰자고 전동 드릴를 사기는 아깝고. 좋아하는 그림이 전동 드릴이 없어 처치곤란 애물단지가 됐다.

#이사 후 집들이를 준비하고 있는 B씨. 음식은 각자 먹을 걸 가지고 오기로 해 부담을 덜었지만 문제는 의자다. 집에 의자는 4개 뿐인데 집들이에 필요한 의자는 총 6개. 앉아서 음식을 먹을 상도 없다. 결국 집들이를 앞두고 간이 의자 2개를 구입한 B씨. 집들이 한번을 위해 평소에 쓸 일 없는 의자를 구입한 게 두고두고 아깝다.

A군과 B씨처럼 항상 필요한 것은 아니지만 아주 가끔씩 필요가 생기는 물건이 있다. 가까운 곳에 빌릴 사람이 있다면 큰 문제는 아니지만 그렇지 않다면 적당한 방법을 찾기가 쉽지 않다. 사버리면 편하지만 돈도 아깝고 무엇보다 잘 쓰지 않는 물건을 사서 대부분의 시간을 창고에 넣어두는 건 자원낭비다. 기후변화 대응을 위한 자원순환 관점에선 아쉬운 선택일 수밖에 없다.

이런 문제를 훌륭하게 해결하는 스타트업이 있다. 미국 뉴욕에서 창업한 스타트업 '툴루(Tulu)'가 그 주인공이다. 툴루는 전동 드릴과 진공청소기, 빔프로젝터, 에어플라이드, VR헤드셋 등 가전기기와 의자와 간이 테이블 등 가구, 농구공, 베드민턴 라켓 등 운동기구, 킥보드 등 모빌리티 서비스를 아파트와 오피스텔, 헬스클럽 등에서 온디멘드(주문형)로 제공하는 서비스를 운영하고 있다. 대여 뿐 아니라 음료와 아이스크림, 스낵, 휴지 등 간식류와 소모성 생필품도 툴루 박스에서 함께 판매한다. 

툴루 앱 서비시 화면
툴루 앱 서비스 화면

툴루의 서비스 슬로건은 간단하다. 상시 사용하는 물건이 아니라면 사지 말고 잠시 빌려쓰라는 것이다. 아파트나 오피스텔, 헬스장 등에 설치된 툴루 서비스 박스를 통해 다양한 물건을 대여한다. 사용자는 툴루 앱을 통해 필요한 물건을 검색 및 예약하고 거주지 인근 툴루 박스에서 물건을 찾는다. 사용 후에는 다시 툴루 박스에 반납하면 된다. 서비스는 24시간 이용 가능하다.

툴루의 주고객층은 환경 문제에 민감하고 의미 있는 소비를 중요하게 생각하는 MZ세대다. 이들 상당수가 1인 가구여서 갖고 있지 않은 물건이 많다. 간헐적으로 필요가 생기는 물건을 사지 않고 대여하는 서비스를 합리적으로 받아들이고 있다는 것이 툴루의 설명이다.

이샤이 레하비 툴러 최고경영자(CEO) 겸 대표는 미국 IT매체 테크크런치와의 인터뷰에서 "이전 세대는 좋은 물건을 소유하는 것이 자신의 가치를 나타내는 것으로 인식했지만 MZ세대는 그렇지 않다"라며 "MZ세대는 오히려 소유하는 것을 경제적 제약으로 받아들이고 있으며 자신에게 맞는 합리적 소비에 가치를 두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는 "툴루는 소유와 소비에 대한 MZ세대의 인식을 정확히 이해하고 있는 서비스"라며 "우리 생활 속에서 점점 더 많은 서비스들이 이런 인식의 변화를 따라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툴루는 현재 미국과 영국, 이스라엘 등의 15개 도시에 진출해 있다. 5만 명 이상이 서비스를 사용했으며 누적 대여건수는 10만 건을 넘어섰다. 지난달에는 2천만 달러(약 254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 유치에도 성공했다. 300만 달러(약 38억 원) 규모의 시드펀딩을 받은지 10달 만이다.

대규모 투자 유치와 함께 본격적인 몸집 키우기에 나선다. 신규 지역에 진출하며 추가로 툴루 박스 천여 개를 설치할 계획이다. 새로 건축되는 아파트 등 공동주거시설에 툴루 박스를 기본으로 설치하기 위해 관련 업체들과도 협의를 확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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