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축법에서 동물 학대 행위자 치료까지, 우리나라 동물법의 역사는?
가축법에서 동물 학대 행위자 치료까지, 우리나라 동물법의 역사는?
  • 배수영 기자
  • 승인 2022.04.20 17: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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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초의 동물 관련 법은 6·25은 이후 '가축법’…축산업 발전 중심 ‘축산법’으로 개정
서울 올림픽으로 높아진 동물보호 목소리…1991년 최초의 단행법률 ‘동물보호법’ 제정
동물 인수제·동물 학대행위자 치료 프로그램 신설…31년만의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

[데일리원헬스=배수영 기자] 지난 5일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31년만의 동물법 전면 개정으로, 동물 소유자의 사육·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동물 학대 처벌 규정을 대폭 강화하며 동물복지에 방점을 찍었다.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안 국회 통과에 맞춰 우리나라 동물법이 어떻게 변화돼 왔는지 그 역사를 정리해본다.

최초의 동물 관련 법은 6·25은 이후 '가축법축산업 발전 중심 축산법으로 개정

우리나라 최초의 동물 관련 법령은 1954년 가축법이다. 일제강점기 해방 직후의 혼란과 한국전쟁으로 크게 줄어든 축우 피해 회복에 중점을 뒀다. 당시 한우라는 명칭은 없었고, 일제 강점기 시절 조선 총독부가 사용한 '조선우'라는 명칭이 사용됐다. 소의 대부분은 농사에 사용되는 일소였으며, 품종 개량이 이뤄지지 않아 일반적인 육용 소에 비해 증체량이나 발육 등이 부족했다. 이로 인해 축산 분야 발전 필요성을 느낀 정부가 1963년 '축산법을 제정했다.

축산법은 가축의 개량·증식, 축산업의 구조 개선, 축산물의 수급조절 및 가격 안정, 유통개선 등에 관한 사항을 규정하고 축산업 발전과 안정적인 축산물 공급을 목적으로 했다. 이때 축산물 등급 판정제도가 신설돼 축산물의 위생과 품질에 대한 세부기준이 생겼다. 축산업 허가 제도가 마련돼 단위 면적당 적정 사육 두수와 등에 관한 체계가 갖춰졌다.

또, 일정 교육을 이수해야 가축거래 상인으로 등록할 수 있게 됐다. 이러한 축산법의 등장으로 1954년 제정된 가축법은 폐지됐다. 이후 축산법은 축산업 환경 변화에 맞춰 수십 차례 법 개정이 지속적으로 이뤄졌다.

1969년부터 본격적인 한우개량사업이 시작됐고, 가축 사양 기술 발달로 한우 체중이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1974년 한우 평균 출하 체중은 358kg에서 2019년 649kg으로 증가했고, 육질도 크게 개선돼 한우 1등급 이상 출현율은 1993년 10.7%에서 2019년 88.8%로 78.1%포인트 늘었. 지난 50여 년간의 한우개량사업은 국내 축산업 발전을 가져왔다. 그러나 동물 관련 법이 축산업에만 한정돼 있어, 동물복지를 포함한 동물보호법으로의 발전이 필요했다.

1988년 열린 서울 올림픽을 계기로 국내에서도 동물보호법 제정 필요성이 제기됐다. 사진은 올림픽공원 조형물.

서울 올림픽으로 높아진 동물보호 목소리1991년 최초의 단행법률 동물보호법제정

최초의 단행법률 동물보호법은 1991년 제정됐다. ‘동물 학대 방지동물의 생명과 안전 보호를 목적으로 동물의 이용과 관리 중심의 기존 동물 관련 법령들과는 차이가 있다. 그 배경에는 1988년 서울 올림픽이 있다. 우리나라는 1980년대까지 해외여행 자유가 없었고, 경제적으로도 세계적 관심을 받지 못하던 나라였다. 올림픽을 개최하게 된 당시 정부는 세계인의 수준에 걸맞은 모습을 보여주려 도로 증설, 건축 현대화, 지하철 개통 등 다양한 사업을 펼쳤고, 무단횡단 금지, 화장실 깨끗하게 쓰기 등 시민의식 향상에 주력했다.

그러다 해외 동물보호단체들이 한국의 개 식용 문화를 두고 항의가 이어졌고, 이를 의식한 정부는 개고기를 혐오식품 규정하고 개고기 식당을 외곽 지역으로 옮기기 시작했다. 1984년 서울시는 보신탕 판매 전면 금지 조치를 취했다.

이런 문화적 반발이 사회적 논의로 이어져 1991년 우리나라 최초의 단행법 동물보호법이 제정됐다. 이때 최초로 동물 생명 보호와 학대 방지에 대한 입법이 이뤄졌지만 법 조항 대부분이 선언적인 내용에 그쳐 동물보호법 제정 요구가 지속됐다.

특히 동물의 지위에 대한 목소리가 높았다. 기존 법령에서 동물의 지위는 유체물에 해당돼 물건으로 취급됐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동물 학대 시 처벌이 어려워 동물이 물건이 아닌 생명으로서 지위를 가져야 한다는 의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다. 이에 따라 2021년 동물의 법적 지위에 대한 조항이 신설됐다.

이렇게 농림축산식품부는 꾸준히 동물보호법 개정을 추진했으며'2020~2024년 동물복지 종합 계획'에 담긴 입법 필요사항 등 총 54건의 동물보호법 개정을 위한 의원 발의안을 통합 반영해 지난 5일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안을 국회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전면 개정되는 동물보호법에는 개물림사고 예방, 반려동물 유기 문제 등에 대한 제도적 장치가 담겼다.

동물 학대 행위자 치료 등이 포함된 동물보호법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했다. 사진은 좁은 우리에서 학대받고 있는 개들의 모습.

동물 인수제·동물 학대 행위자 치료 프로그램 신설31년만의 동물보호법 전면 개정

우리나라 반려동물 인구는 약 1500만 명으로 국민 네 명 중 한 명은 동물을 기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동물 소유자의 사육 관리는 물론 동물 학대 시 처벌도 거의 이뤄지지 않아 동물보호법 규정 강화에 대해 동물단체의 꾸준한 요구가 있었다. 더불어 유기동물 문제, 개 물림 사고 등에 대한 사회적 문제가 점점 대두되면서 동물보호법에 대한 전면 개정의 필요성이 더욱 커졌다.

지난 20대 대통령선거에서도 다수 후보가 반려동물 관련 정책 공약을 발표하며 동물보호법 개정에 대한 사회적 요구를 반영했다. 이번에 전면 개정된 동물보호법은 동물 소유자의 사육·관리 의무를 강화하고 동물 학대 등 위법행위 시 처벌 규정 또한 대폭 강화해 비로소 법을 만든 취지를 살릴 수 있게 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동물보호법 전부 개정안의 주요 내용은 동물 학대행위자에 대한 수강명령 또는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 제도 개 물림 사고 예방을 위한 맹견사육허가제 반려동물행동지도사 국가자격 신설 민간동물보호시설 신고제 도입 동물인수제 동물실험윤리위원회 동물복지축산인증제 개선 반려동물 관련 영업체계 개편 등이다.

이번 개정안에서 가장 눈에 띄는 것은 동물 학대행위자에 대한 수강명령 또는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이다. 지난 1991년 동물보호법이 제정된 이후 동물 학대와 처벌에 대한 이슈가 가장 뜨거웠기 때문이다.

주요 내용은 동물 학대행위자에게 최대 200시간의 상담, 교육 등을 이수하게 하는 것으로 동물 학대 재발 방지를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기존 동물보호법과 달리 제도적 장치 마련과 세부 내용 구체화로 동물 관련 문제를 선제적으로 예방할 수 있게 됐다.

이형주 동물복지문제연구소 어웨어 대표는 "이번 개정안은 현행법 조문의 두 배 가까이 확대된 만큼 더욱 다양한 문제에 적용할 수 있게 여러 규정들이 대폭 보완됐다"라는 말로 환영의 뜻을 밝혔다

이 대표는 "동물등록을 의무화한 점, 민간동물보호시설의 정의를 마련한 점 등을 긍정적으로 평가한다"라며 "무분별한 동물 생산·판매 관리가 강화된 점과 불가피한 사정으로 기르지 못하게 된 반려동물을 지방자치단체에서 인수할 수 있는 근거가 마련된 점도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반면, 동물 학대 행위자에 대한 수강명령 또는 치료 프로그램 이수명령 제도에 대해선 아쉽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 대표는 "동물을 학대에서 실질적으로 보호하기 부족했던 기존 동물법을 개정하고 동물복지를 제도적으로 보장하는 데 물꼬를 텄다는 점은 크게 환영한다"라며 "하지만 동물 학대 금지 규정 위반으로 유죄가 확정된 경우 최대 5년간 동물 사육 금지 처분을 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이 논의됐으나 삭제된 점은 향후 개선이 필요한 부분"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개정안에 미쳐 담기지 못한 내용에 대해 지속적으로 개정을 촉구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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