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ECH NOW] 음식에 핀 곰팡이 단백질된다...우유·베이컨 만드는 '곰팡이 푸드테크’
[TECH NOW] 음식에 핀 곰팡이 단백질된다...우유·베이컨 만드는 '곰팡이 푸드테크’
  • 김도연 기자
  • 승인 2022.01.21 12: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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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 사육 필요 없는 균사체 단백질...아이스크림·치즈·베이컨 등 '곰팡이 가공식품' 출시 봇물
퍼펙트데이 '곰팡이 유제품' 개발...아트라스트, 버섯 뿌리 균 배양해 베이컨 맛 재현한
곰팡이로 만드는 계란 흰자...온실가스 최대 55% 줄여

[데일리원헬스=김도연 기자] 단백질은 보통 가축에서 얻지만, 가축을 사육하고 고기를 얻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환경적 부담이 크다. 소의 방귀 등 가축이 내뿜는 메탄뿐만 아니라 사료를 위해 곡물을 재배하고 운송하는 과정에서도 메탄이 발생해 지구온난화를 심화시키는 것이 문제다.

대체육을 넘어 배양육까지 환경적 부담을 줄이고 단백질을 생산하기 위해 다양한 시도가 이뤄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최근 가장 눈길을 끄는 건 '곰팡이 단백질'이다. 곰팡이를 배양해 만든 우유와 달걀 등이 미래 친환경 단백질로 주목받고 있다.

실험실에서 곰팡이를 배양해 만든 단백질은 가축을 키울 필요가 없어 토양과 물 등 자원 소모가 거의 없고, 메탄 배출이 절감돼 친환경 단백질이라는 평가를 얻고 있다. 이에 더해 실제 단백질이 가진 성질을 곰팡이 단백질에 구현하는 데 성공하면서 치즈, 아이스크림 등 곰팡이 단백질을 사용한 가공식품 출시도 빠르게 늘고 있다.

곰팡이 단백질을 가공해 만든 아이스크림 (이미지 출처 : 퍼펙트데이 홈페이지)
곰팡이 단백질을 가공해 만든 아이스크림 (이미지 출처 : 퍼펙트데이 홈페이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탄생한 푸드테크 스타트업 '퍼펙트데이'는 곰팡이 균류를 사용해 우유의 단백질과 동일한 분자구조를 가진 유제품 단백질 개발에 성공했다. 퍼펙트데이가 개발한 균류를 발효하면 실제 우유를 발효한 것처럼 치즈와 요구르트 등 유제품을 만들 수 있다.

퍼펙트데이는 우유 속 유청 단백질을 구성하는 유전자를 조합해 곰팡이에 적용했다. 곰팡이의 균류를 발효 탱크에서 발효하는 과정에서 유청 단백질이 형성되며, 해당 단백질을 건조시켜 유제품을 만드는 데 사용한다. 균류 단백질에는 실제 우유에 함유된 유당, 콜레스테롤 등이 포함돼 있지 않지만, 유제품 알레르기가 있는 사람에게는 관련 증상을 유발할 수 있다.

곰팡이 균류로 만든 유제품은 이미 미국과 홍콩에서 판매되고 있다. 2020년 퍼펙트데이는 푸드테크 스타트업 더어전트컴퍼니와 손잡고 곰팡이 아이스크림 브랜드 ‘브레이브 로봇’을 출시했다. 또, 아이스크림 브랜드 닉스 및 그레이터스와 크림치즈 브랜드 모던키친과 제휴하는 등 미국 전역의 5,000개 매장에 곰팡이로 만든 유제품을 선보이고 있다.

식물성 베이컨을 가공하기 위해 버섯 균사체 덩어리를 배양하는 수직농장 모습 (이미지 출처 : 아트라스트 홈페이지)
식물성 베이컨을 가공하기 위해 버섯 균사체 덩어리를 배양하는 수직농장 모습 (이미지 출처 : 아트라스트 홈페이지)

균사체 조각으로 만든 베이컨도 등장했다. 2020년에 설립된 뉴욕 푸드테크 스타트업 아트라스트는 버섯 균류를 배양해 돼지기름이 나오지 않는 식물성 베이컨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다. 버섯의 뿌리에 해당하는 균사체를 가공해 시중에서 판매되는 콩 성분의 대체 단백질보다 실제 베이컨의 질감을 유사하게 구현해낸 것이 특징이다.

아트라스트는 버섯 균사체 덩어리를 얻기 위해 1.5m 길이의 두꺼운 판으로 이루어진 수직 농장에서 버섯 균을 배양한다. 충분한 두께로 양식이 완료되면 베이컨으로 가공하기 좋은 크기로 균사체 조각을 손질한다. 균사체를 소금물에 절인 뒤, 비트 주스로 색을 입혀 오븐에서 구우면 버섯 균사체로 만든 식물성 베이컨 ‘마이베이컨’이 탄생한다.

마이베이컨이 실제 베이컨과 유사한 식감과 풍미까지 구현해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주목받은 아트라스트는 지난해 4월 4천만 달러(약 477억 원) 규모의 시리즈A 투자를 유치하는 데 성공했다. 영화배우 로버트 다우니 주니어가 투자자로 참여했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아트라스트는 투자금을 바탕으로 연간 약 1,360톤(t) 규모의 균사체를 생산할 수 있는 버섯 농장 건설에 나서는 등 생산량 확대에 나섰다.

곰팡이 균으로 만든 달걀 흰자 (이미지 출처 : VTT)
곰팡이 균으로 만든 달걀 흰자 (이미지 출처 : VTT 기술연구센터)

빵이나 과자 등을 만드는데 필요한 달걀 흰자 또한 곰팡이로 만들어낼 수 있게 됐다. 핀란드 VTT 기술연구센터는 달걀 흰자와 유사한 구조의 단백질을 곰팡이로 구현해 닭을 사육할 때 필요한 토지의 90%, 사용되는 온실가스는 최대 55%까지 줄였다고 설명했다.

연구팀은 곰팡이의 일종인 ‘트리코데르마 리세이’를 가공해 계란 흰자의 주요 단백질 성분인 ‘오브알부민’을 생산해냈다. 오브알부민의 유전자를 곰팡이에 삽입해 배양하면 계란 흰자와 동일한 단백질이 생산된다. 닭을 사육할 필요 없는 계란 흰자는 살모넬라균과 항생제 노출 위험에서 안전해 연간 소비되는 약 160만 톤의 계란 단백질을 상당수 대체할 수 있을 거란 기대다.

배양한 균으로 만든 단백질 등 대체 단백질 시장은 꾸준히 성장할 전망이다. 미국 비영리단체 굿푸드인스티튜트는 2020년 대체 단백질에 투자된 규모가 31억 달러(약 3조 6,970억 원)에 달하며, 그중 균류 기반의 대체 단백질에 투자된 금액은 약 5억 9천만 달러(약 7,036억 원)라고 밝혔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메티큘러스 리서치는 대체 단백질 시장이 2020년부터 연평균 11.2% 성장해 2027년까지 270억 5천만(약 32조 2,598억 원) 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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