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똥이 돈이 되네”...가축분뇨 쓰임새 주목하는 글로벌 축산업
“똥이 돈이 되네”...가축분뇨 쓰임새 주목하는 글로벌 축산업
  • 송신욱 기자
  • 승인 2021.12.29 12: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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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가축분뇨 활용한 바이오가스로 전체 가스 100% 대체 계획 추진
북미, 화학비료 값 최고치 기록...가축분뇨 퇴비 수요 급증
우리나라, 가축분뇨 자원화 논의 시작...우분 고체연료 생산
노르웨이 스타트업 엔투어플라이드, 인공 플라스마로 가축분뇨 악취·메탄 제거 나서

[데일리원헬스=송신욱 기자] 악취와 환경오염으로 오랜 시간 골칫거리 취급받던 가축분뇨를 바라보는 시선이 달라지고 있다. 탄소중립 목표 설정과 에너지 가격 급등 등 코로나19로 촉발된 변화가 가축분뇨 활용에 주목하는 원인이 됐다.

덴마크는 전체 가스 공급량을 바이오가스로 대체하기 위해 소뿐만 아니라 돼지, 닭의 배설물까지 수거하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전체 탄소 배출량 70% 절감을 선포한 덴마크는 현재 전체 가스 공급량의 23% 수준인 바이오가스를 오는 2040년까지 100%로 확대하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덴마크의 바이오가스 원료에서 가축분뇨가 차지하는 비율은 70%에 달한다. 정책과 예산 지원에 힘입은 덴마크의 바이오가스 산업은 연 30% 성장을 기록하고 있으며, 민간사업자 주도로 운영돼 수익성이 높아지는 등 가축분뇨의 경제적 가치가 재조명받고 있다.

덴마크 동물복지 농장 (이미지 출처 : Denish Crown 홈페이지)
덴마크 동물복지 농장 (이미지 출처 : Denish Crown 홈페이지)

북미에서는 화학비료의 값이 사상 최고치를 기록하면서 가축분뇨로 만든 유기 비료 수요가 급증했다. 석탄, 천연가스 등 화학비료 원료 가격이 상승하자 중국과 러시아가 자국 시장 안정화를 위해 수출 통제에 나선 것이 화학비료 가격 급등의 원인이 됐다. 블룸버그 그린마켓에 따르면 북미 비료 가격은 지난 2002년 가격 집계 시작 이후 사상 최고가를 달성했으며, 중국 요소 현물가도 올해 200% 이상 급등했다.

단기간에 가격이 오른 화학비료에 대한 수요는 가축분뇨로 만든 퇴비 수요로 이어지고 있다. 호주 유기 비료회사 총책임자인 브라이언 맥클린은 "지난해 몇 개월간 2,000톤(t)을 판매했는데, 올해 같은 기간 7배 이상 증가한 1만5,000t을 판매했다"라며 "농부들은 화학비료 가격이 내려가도 사용해본 유기 비료를 영구적으로 사용할 가능성이 크다"라고 전망했다.

국내에서도 가축분뇨 가치 재평가가 이뤄지고 있다. 산업부와 환경부는 가축분뇨와 음식물폐기물 등으로 바이오가스로 양산하는 프로젝트에 향후 5년간 480억 원을 투입한다고 밝혔다. 가축분뇨를 발효할 때 발생하는 메탄가스로 발전소를 가동해 전력을 생산하고, 남는 전력은 한전 등에 판매해 탄소배출권 감축 실적으로 인정받는다는 계획이다. 환경부는 바이오가스 생산 및 이용 활성화를 위해 바이오가스 생산 목표를 부여하는 한편, 바이오가스화 시설을 오는 2030년까지 107개소로 늘릴 방침이다.

소 분뇨를 연료로 활용해 제철소에서 쇠를 생산하는 시도도 우리나라에서 세계 최초로 진행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는 농업협동조합중앙회, 현대제철과 ‘우분 고체연료의 생산 및 이용 촉진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소 농장에서 배출되는 분뇨를 고체연료로 가공하고, 이를 제철소에서 석탄 대신 활용해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는 체계를 마련한 것이다.

농식품부에 따르면 1t의 우분 고체연료는 유연탄 0.5t 상당의 에너지에 맞먹으며, 우분 고체연료의 경제적 가치는 t당 6만 원으로 t당 12만 원대인 유연탄의 절반 수준이다. 연간 1억2,652만t을 수입하는 유연탄의 1%만 우분 고체연료로 대체해도 약 1,500 억원의 비용 절감은 물론, 온실가스 배출량을 절감하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노르웨이 농장에 설치된 N2 (이미지 출처 : N2 Applied 홈페이지)

가축분뇨를 활용해 사업을 하는 스타트업도 등장했다. 노르웨이 애그테크(Ag-tech) 스타트업 '엔투어플라이드'는 인공 플라스마를 활용해 가축분뇨에 있는 메탄과 암모니아를 제거하고, 일반 비료보다 질소가 2배 많은 고품질 유기 비료를 생산하는 기계 N2를 개발했다.

엔투어플라이드에 따르면 N2를 통해 가축분뇨에 있는 메탄을 최대 99%, 암모니아는 최대 95%까지 제거한다. 현재 영국 버킹엄셔의 홀리 그린 농장에 설치된 N2는 젖소 200마리의 분뇨를 처리해 연간 199t의 탄소를 절감했다. 기술력을 인정받은 엔투어플라이드는 지난 10월 EU의 유럽혁신위원회(EIC)로부터 1,500만 유로(한화 약 201억 원)의 투자자금을 유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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