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 ④가축도 '주민등록증' 부여...축산 선진국이 만드는 '착한 축산업'
[먹는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 ④가축도 '주민등록증' 부여...축산 선진국이 만드는 '착한 축산업'
  • 박진영 기자
  • 승인 2021.07.21 11: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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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축의 신체적·정신적 고통 최소화 노력...첨단 동물복지 시스템 구축한 호주
뉴질랜드 축산 농가, 생산성과 동물복지를 위해 '애그테크' 적극적 도입

[편집자 주]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펫팸족’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의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가축은 어떨까. 가축에 대한 동물복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머물러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이 최근 가축의 우리 사육을 금지하고 운송 거리를 제한하는 등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는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램인터내셔널은 '먹는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 기획을 통해 가축의 동물복지 국내 실태와 글로벌 동향, 개선 방향성을 짚어 본다.

[데일리원헬스=박진영 기자] 국토가 좁아 제한된 공간에서 가축을 길러야 하는 우리나라는 '밀집 사육'이 축산 환경의 주를 이룬다. 제한된 자원을 활용해 생산성을 극대화해야 하는 현실에 밀려 동물복지에 대한 논의는 부족할 수밖에 없었다. 넓은 평야와 목초지 등 지형적 이점을 갖춘 축산 선진국은 어떨까. 축산 선진국 호주와 뉴질랜드는 체계적인 동물복지 시스템과 애그테크를 중심로 '착한 축산업'을 선도하는 농업 강국으로 성장하고 있다.

 

◆가축 운반에도 전문 수송인 고용하는 호주

국토의 57%를 농장이 차지하고, 전 세계 100여국에 축산물을 수출하는 호주는 매년 2,000만 마리의 소를 생산할 만큼 축산업 규모가 엄청나다. 약 330만 마리의 소를 사육하는 한국에 비해 약 6배 많은 가축을 키우지만, 사면이 바다인 지리적 이점 덕분에 가축 전염병 위협에서 자유롭다. 국제수역사무국(OIE)이 광우병 안전 1등급 국가로 인증한 호주는 높은 수준의 동물복지와 체계적인 가축 이력추적 시스템으로 ‘축산 선진국’으로 분류되고 있다.

넓은 목초지에서 사육되는 호주의 소
넓은 목초지에서 사육되는 호주의 소

호주축산공사는 동물들의 육체적, 정신적 고통을 최소화하는 방법을 꾸준히 연구하고 실행하는 데 집중하고 있다. 호주는 가축 질병 진단과 치료, 예방을 위한 연구개발과 백신 보급에 앞장서는 것은 물론, 거세 대신 면역 피임 방법을 활용하는 등 바이오 기술로 동물의 육체적 고통을 최소화하고 있다. 축산업 종사자 또한 동물복지를 안전하고 올바른 방법으로 실행할 수 있도록 관련 교육과 기술을 지원한다.

호주 농장의 모든 소는 태어나는 순간 농장식별코드(PIC:Property Identification Code)를 받는다. 이 코드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와 같은 역할을 한다. 소에게 부여된 코드는 전국가축식별시스템(NLIS:National Livestock Identification System) 등 국가 시스템과 연계돼 출생과 사육, 도축까지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관리를 돕는다.

만약 키우던 소가 병에 걸리거나 진료를 받으면 생산 농가는 ‘가축관리(Cattle Care)’ 프로그램을 활용해 관련 정보를 기록한다. 또 동물복지, 환경, 방역, 식품 안전 등에 대한 사육장 감사를 매년 시행해 점검받는다. 사료 등 가축에 직·간접적으로 사용하는 모든 화학물질에 대한 안정성 평가 실행은 물론, 가축에게 제공하는 사료에 대한 증명서를 제공해 호주축산공사의 인증을 받아야 한다.

트럭세이프 시스템으로 안전하게 운반되는 가축의 모습
트럭세이프 시스템으로 안전하게 운반되는 가축의 모습

호주에서는 소를 포함한 가축 이동도 까다롭다. 반드시 ‘트럭세이프(TruckSafe)’로 검증된 가축 수송인을 고용해야 하며, 트럭세이프 시스템에 따라 동물이 최대한 적은 스트레스를 받으며 이동하는지 살펴야 한다. 차에 타기 전날 가축은 초원에서 쉬는 시간을 가져야 하고 부상이 있는 개체는 이송을 못하는 등 적합한 기준을 충족해야 한다.

자연환경을 보존하면서도 가축의 건강과 동물복지를 보장하는 호주의 노력은 궁극적으로 동물과 사람, 환경이 모두 건강한 원헬스를 실현해 지속가능한 축산업의 발전에 보탬이 되고 있다.

 

◆애그테크 도입에 적극적인 뉴질랜드 농장들

뉴질랜드 북부 캔터베리의 한 축산 농가. 1만 마리 양, 600마리 소, 400마리의 닭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농장주는 모든 가축에게 EID(Electronic Identification) 식별태그를 부착했다. 식별태그를 부착하면 무선주파수를 활용해 가축의 위치는 물론, 다양한 건강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또, 개별 개체에 대한 계량, 발정시기, 나이 등의 누적된 수치 변화 트렌드를 모니터링할 수 있다. 농장주는 수집된 정보를 활용해 울(Wool)공급사가 요구하는 적정 품질 기준을 맞추는 등 고품질의 축산물을 판매할 수 있다.

소에게 부착한 식별태그를 통해 다양한 소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소에게 부착한 식별태그를 통해 다양한 소의 정보를 수집할 수 있다.

뉴질랜드는 대규모 가축을 관리하면서 생산성을 높이고 우수한 품질의 축산물을 생산하기 위해 최신 IT 기술을 적극 도입하고 있다. 전 국토의 52%가 목초지인는 뉴질랜드는 낙농, 육류 분야 수출 비중이 각각 25%와 15%를 차지할 만큼 축산업은 국가 차원에서도 중요한 산업이다. 최근 뉴질랜드의 축산업이 유럽, 호주 등의 도전을 받으면서 IT와 축산업을 결합하는 애그테크(Agtech) 분야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뉴질랜드에서 가장 주목받는 애그테크 기술은 대규모의 가축을 효율적으로 관리하기 위한 개체정보 모니터링 기술과 자동화 시스템이다. EID 식별태그 및 GPS 태그를 활용해 방목한 가축의 건강 상태를 모니터링하고, 전기 펜스 및 자동 게이트 제어 시스템을 통해 소, 양 등 가축의 동선을 조정한다. 자동화 시스템은 특히 낙농가를 중심으로 발달해 착유 및 소독은 물론, 우유 저장탱크의 볼륨체크를 통해 생산량을 자동으로 관리한다.

최근에 출시되는 애그테크 제품들은 축산 농가의 생산성 향상을 고려하는 것뿐만 아니라 가축들의 건강(Animal Welfare)까지 고려하고 있다. 또한 동물복지에 대한 인식이 커짐에 따라 가축에게 부착하는 장비의 경우, 농장주는 물론 가축의 편의도 만족하는 디자인이 중요시되고 있다.

뉴질랜드는 지난 1999년 동물복지법을 제정해 가축의 사육과 운송, 도축에 대한 가이드라인을 제시해왔다. 가이드라인은 농장의 목초지와 급수 시설뿐 아니라 소 운송방법, 충분한 그늘이 있는지 등 세세한 사항까지 엄격하게 규정한다. 뉴질랜드 또한 가축이 태어나면 의무적으로 ‘가축상태신고(Animal Status Declaration)’를 실행해야한다. 농장주가 기록한 가축의 출생, 사육 상황, 농장 간 이동 등 다양한 정보를 가축 귀에 부착된 전자 태그 장치로 컴퓨터에서 조회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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