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는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 ③가축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커지는 가축 유래 '팬데믹 우려'
[먹는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 ③가축이 살아야 사람도 산다...커지는 가축 유래 '팬데믹 우려'
  • 박진영 기자
  • 승인 2021.07.09 13: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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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뒤이을 팬데믹 바이러스로 조류인플루엔자 유력
야생동물 서식지·가축 사육지 구분 약화로 신종 인수공통감염병 확산 우려
우리나라,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 전담 연구소 신설...동물 수입 검역 강화 움직임

[편집자 주] 반려동물을 가족 구성원으로 여기는 ‘펫팸족’이 늘어나면서 반려동물의 ‘동물복지’의 필요성을 주장하는 목소리 또한 커지고 있다. 그러나 역사적으로 인간과 가장 친숙한 동물인 가축은 어떨까. 가축에 대한 동물복지는 여전히 많은 사람들의 무관심 속에 머물러 있다. 유럽연합(EU)과 영국 등이 최근 가축의 우리 사육을 금지하고 운송 거리를 제한하는 등 동물복지 향상을 위한 적극적인 행동에 나서고 있는 반면 국내는 아직 이렇다할 움직임이 없는 상황이다. 램인터내셔널은 '먹는 동물을 위한 동물복지' 기획을 통해 가축의 동물복지 국내 실태와 글로벌 동향, 개선 방향성을 짚어 본다.

[데일리원헬스=박진영 기자] 코로나19 확산으로 동물에서 사람으로 감염되는 질병, 인수공통감염병이 세계 곳곳에서 창궐하고 있다. 가축에서 유래한 바이러스가 인간에게 퍼지면서 거대한 팬데믹으로 발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사람 감염 확인된 브루셀라병·조류인플루엔자...미래 팬데믹으로 발전할까

지난해 여름 중국 서북부에서 발생한 브루셀라병 집단감염으로 1만명에 달하는 사람이 양성 진단을 받았다. 브루셀라병은 소, 돼지, 양 등 가축에서 사람에게 전염되는 인수공통전염병이다.

브루셀라병은 오염된 사료, 물 등에 의해 감염되며 멸균 처리되지 않은 유제품을 통해 사람에게 전염된다. 사람간의 전파는 일어나지 않는다. 브루셀라병에 감염되면 발열·두통·피로·관절통 등의 증세가 나타난다. 치사율은 낮은 편이지만 방치하면 척수염, 골수염 등이 생길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브루셀라병은 예방 백신이나 효과적인 치료법이 없고, 완치돼도 재발하는 경우가 많다. 우리나라에는 3급 감염병으로 지정돼 있으며, 지난 2005년 국내에서도 축산농민 등 100명 이상이 발병한 사례가 있다.

현재 전남지역 소 축산농가에서 브루셀라병이 크게 번지면서 사람에게 전염될 가능성도 커지고 있다. 전남도에 따르면 지난달 24일까지 74개 농가에서 소 518마리가 브루셀라병에 걸려 살처분됐다.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닭을 수의사가 확인하고 있다  출처=WHO
조류인플루엔자에 감염된 닭을 수의사가 확인하고 있다.(이미지 출서 : WHO)

올해 최초로 인간 감염 사례가 확인된 바이러스도 있다. 조류인플루엔자(AI) H5N8형 바이러스의 최초 인간 감염 사례가 러시아에서 나오면서서 코로나19에 이은 또다른 팬데믹 바이러스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H5N8형은 올해 2월 세계보건기구(WHO)에 첫 인간 감염이 보고됐다. 러시아 남부의 한 가금류 농장 노동자 7명이 H5N8형 바이러스에 감염됐다. 그동안 인간이 H5N1, H7N9, H9N2형 조류독감에 감염된 적은 있었지만 H5N8형에 감염된 것은 이번이 최초다.

러시아 보건당국은 H5N8형 바이러스가 조만간 인간 간에 전파될 가능성이 아주 크다며 각국이 검사 시스템과 백신 등 개발에 서둘러야 한다고 경고했다. 

질병관리청은 코로나19 이후 또다른 팬데믹을 일으킬 위험성이 있는 감염병 바이러스로 조류인플루엔자를 꼽았다. 동물에서 사람에게 전이된 코로나19 바이러스와 마찬가지로 AI가 가금류에서 돼지 등 가축에게 전염되면서 바이러스가 재조합되면 사람에게 빠르게 전파될 수 있다는게 질병청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이전 펜데믹을 발생시켰던 스페인독감(1918년), 아시아독감(1957년), 홍콩독감(1968년), 신종 인플루엔자(2009년) 모두 인플루엔자라는 점과, 20세기에 발생한 3번의 팬데믹이 야생동물 바이러스에서 유래되었다는 점에서 인수공통감염병에 대비해야한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고 있다.

 

◆파괴되는 야생동물의 땅...야생동물과 가축 접촉으로 신종 바이러스 위험↑

그렇다면 21세기 들어 왜 이렇게 동물 유래 바이러스가 창궐하는 것일까. 많은 이유가 있지만 그중 하나는 야생동물 서식지까지 파괴하는 과도한 개간 때문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축산업을 위해 숲, 열대우림 등을 불태우는 일은 온실가스를 발생시켜 기후변화를 가속화할 뿐만 아니라, 야생동물과 가축 서식지간의 간격을 좁혀 신종 동물 전염병 등장을 촉진한다. 돼지 질병 바이러스인 아프리카돼지열병(ASF)는 멧돼지에서 돼지에게 전이되며, 조류인플루엔자는 야생 조류에서 닭 등 가금류에게 전이된다. 야생동물과 가축의 서식지 간격이 좁혀지면 ASF, AI 등 기존 질병 바이러스의 확산이 가속화될 수 있으며, 야생동물이 가지고 있던 질병이 새로운 가축 바이러스로 등장할 확률도 높아지고 있다.

전 세계에서 사육하고 있는 돼지, 소, 닭의 전체 마릿수는 약 220억 마리 정도다. 세계 인구가 약 79억명에 달하는 것과 비교해 볼 때, 지구에 사는 가축의 수는 인간의 2.7배에 달한다. 증가하는 육류 소비량으로 가축 사육 두수 또한 매년 증가하는 추세다. 지구촌 곳곳에서는 늘어난 육류 수요에 발맞추기 위해 숲을 불태우는 등 야생동물의 서식지까지 파괴하며 가축을 사육할 땅을 찾고 있다.

2019년 발생한 아마존 대형 화제.
2019년 발생한 아마존 대형 화제.

지난 2019년 여름 한 달 넘게 지속된 아마존 대형 산불은 소 목축지 개간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2016년 기준 브라질의 소고기 수출량은 지난 1997년 대비 약 10배 증가했다. 브라질은 소를 키우기 위해 아마존 열대우림을 지속 파괴해 왔다. 브라질 국립우주연구소는 2019년 아마존 산불이 2018년보다 84% 급증했다고 발표한 바 있다. 유엔식량농업기구(FAO)는 아마존 산림의 70%가 목초지 때문에 파괴되었다고 발표했다.

 

◆정부, 인수공통감염병 전담 연구소 신설...수출입검역 강화 

우리나라는 코로나19 대확산을 계기로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에 대응하기 위한 여러 대책을 마련하는 중이다.

기초과학연구원(IBS) 전경
기초과학연구원(IBS) 전경

기초과학연구원(IBS)은 한국바이러스기초연구소를 설립해 이번달부터 신변종 바이러스와 인수공통감염병 바이러스의 발병 메커니즘과 진단기법, 면역메커니즘 등의 연구에 돌입했다. 이를 통해 국가 감염병 대응 역량을 끌어올리겠다는 복안이다.

지난해 12월 농림축산식품부는 야생동물이 옮기는 인수공통감염병을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가축 외 포유류동물’에 대한 수입위생조건을 제정했다. 가축을 제외한 박쥐목, 쥐목, 식육목, 족제비과 동물 등이 위생조건 대상으로 적용돼 출생·사육조건·시설조건 등이 부여된다. 농식품부는 야생동물 수입으로 인해 인수공통감염병이 유입되지 않도록 수출국 검역 단계부터 관리를 강화해나갈 계획이다.

김준영 한국축산데이터 수의사는 "국내 가축 질병 대응은 정부 주도 하에 실시되기 때문에 가축 질병 바이러스 발견시 반경 3km 살처분 실행 등 무리한 집행이 일어나기 쉽다"라며 "효과적으로 바이러스를 차단해 인수공통감염병 위협을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산업동물 소유주, 즉 농장주의 주도적인 참여로 신고와 방역을 철저하게 실행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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