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전자 편집 이용한 대리종 개발 성공...식량 문제 해결 '청신호'
유전자 편집 이용한 대리종 개발 성공...식량 문제 해결 '청신호'
  • 노광연 기자
  • 승인 2020.10.05 13: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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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연구팀, 우수 유전형질 가진 대리종 개발 성공...식량 생산 효율 개선
공배가축 우수 유전자 전파 용이...기존 인공수정 한계 극복

[데일리원헬스=노광연 기자] 미국 연구팀이 최초로 공배가축의 유전형질을 포함한 정자를 생산하는 대리종 개발에 성공했다고 애니멀헬스미디어가 5일 보도했다. 

워싱턴 주립대학과 유타 주립대학, 메릴랜드대학, 로슬린 연구소 등은 지난 6년간의 공동 연구를 통해 유전자 편집을 통해 공배가축의 우수한 유전형질을 가진 대리종 개발에 성공했다. 공배가축은 수정란 및 난자 혹은 특정 장기조직을 동일종의 다른 개체에 제공하는 가축이다. 

연구진은 'CRISPR-Cas9'이라는 유전자 편집 도구를 사용해 수컷 배아에서 생식력을 배재했다. 생식력이 결여된 채로 태어난 수컷에 공배가축에게서 받은 줄기 세포를 이식했고 수컷은 공배가축의 유전형질을 담은 정자를 생산했다. 생산한 정자는 엄선된 공배가축의 유전자만을 지니고 있었다. 

연구팀은 수컷 생식력과 관련된 유전자인 'NANOS2'가 결여된 쥐, 돼지, 염소, 소를 생산했다. 불임이지만 건강한 수컷은 다른 동물의 정자 생산 줄기세포를 이식 받고 공여세포에서 나온 정자를 생산했다.

존 오틀리 워싱턴 주립대학교 수의학과 교수는 "유전자 편집 기술로 우수한 유전자 전파를 더 용이하게 진행할 수 있으며 이를 통해 식량 생산 효율도 개선할 수 있다"며 "대리종을 이용해 유전적으로 우수한 가축을 생산할 수 있다면 가축 사육에 필요한 물과 식량, 항생제 사용을 크게 줄일 수 있다"고 말했다.

연구팀은 우수 유전형질을 가진 대리종 생산이 기존 인공수정의 한계 극복에도 큰 도움이 될 거라고 주장했다.

인공수정은 좁은 장소에서 길러 생식 활동을 통제하기 쉬운 젖소에게는 일반적인 방식이지만, 넓은 곳에서 기르는 육우에는 거의 사용되지 못했다. 돼지는 정자가 추운 환경에서 살아있지 못해 암컷과 수컷이 가까운 곳에 함께 있어야 한다. 염소는 인공수정 자체가 어려우며 수술 절차가 필요할 수 있다.

대리종 기술은 번식이라는 자연적인 방식으로 공배동물의 유전자를 전달해 이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농가 방목장에서 동물들이 자연스럽게 어울리며, 냉동 기증 정자나 대리종 자체를 다른 지역으로 보낼 수 있어 공배동물과 대리종이 꼭 같은 공간에 있지 않아도 된다. 또, 생식력 제거는 수컷에만 적용돼 암컷은 생식력을 잃지 않는다. 다시 말해 대리종으로 사용될 불임 수컷 새끼를 지속적으로 출산할 수 있다.

이리나 폴야에바 유타 주립대학 교수는 "여전히 선별 번식에 의존하는 개발도상국은 대리종 기술로 식량 부족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며 "염소는 많은 개발도상국에서 가장 중요한 단백질원으로 대리종 기술로 강화된 질병 저항력과 내열성, 고품질 고기 생산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유전자 편집 기술을 이용한 대리종 생산이 대중화되려면 정부 규제와 대중의 부정적 인식 극복이란 난관을 돌파해야 한다.

현재 규제에서는 유전자 편집된 대리종을 사용할 수 없다. 이에 대해 오틀리 교수는 "유전자 편집이 논란이 되는 유전자 조작과 같다는 오해에 기인했기 때문"이라며 "유전자 편집은 자연적으로 발생하는 종에 변화를 만드는 기술이며 다른 종의 DNA와 결합시키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그는 연구 이외의 과제가 많다는 사실을 깨닫고 최근 미국 가축 유전자 편집 전담팀(National Task Force on Gene Editing in Livestock)에 합류해 과학자, 산업 대표, 생명윤리학자, 정책 입안자들과 다음 단계를 구상하고 있다.

오틀리 박사는 "모든 과학 연구가 완료되더라도 실제 가축 생산에 적용되는 속도는 사회적 수용과 정부 정책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며 "정책 입안자, 대중들과 협력하면서 정보를 제공해 유전자 편집을 통한 대리종 기술이 위험성을 갖고 있지 않다는 확신을 줄 수 있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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